바다로 가는 길창 문풍지 사이로비릿한 바다내음이 인사한다.멀고 먼 바다건너나에게로 달려와수 없는 이야기를 토해낸다.어제와 오늘의 이야기신작로와 아스팔트텅 빈 촌락과 고층 아파트고향을 버리고양복 걸친 어릿광대의 이야기를'아라비안 나이트'처

미디어하남   2015-05-26

청 거북이 집에서 삼 년 동안나의 흔적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네모난 유리벽에 갇혀 유년의 꿈을 지웠다.능숙하고 노련한 솜씨로요리도 하고 수영도 하고때로는 바깥 세상을 동경하는 꿈을 꾸며중년의 세월을 갉아먹고평생 등에 짊어질 각질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김희중 기자   2015-05-18

불면의 도시퇴근한 빈 사무실어둠이 들어와 앉은 빌딩지하실 계단 앞에네온사인 불 밝히는 유흥주점밤의 정점에서 술 취해 비틀거린다.주체할 수 없는 욕망으로깊어 가는 밤을 껴안고빙빙 춤추며 빌딩을 돈숙면 못한 도심지는부석부석 부어 올라어둠이 사라진 그 골목

미디어하남   2015-05-09

오염된 지폐를 닦으며길 잃은 더럽고 구겨진 지폐오가는 발에 밟히는 시퍼런 비명황급히 오른쪽 눈을 질끈 감고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도꼬마리 갈고리 처럼떨칠 수 없는그림자에 얼비친 갈등파출소 앞에서 지폐 하나를 들고오른발로 들어가고 왼발로 나오는 순간,촉수마

미디어하남   2015-04-28

봄의 서곡살얼음 밑조용한 반란군들 움직임 있다.소리도 흔적도 없이반역의 몸짓으로강물을 점령하다.증인도 없는 완벽한 공작강은 쩡쩡 제 몸을 갈라 뒤져보지만겨울은 이미 어딘가 은신 중이다.카멜레온 물빛으로깔깔거리며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소곤거리며 천천히 걸

미디어하남   2015-04-20

아스팔트햇살이 자동소총 탄피처럼 쏟아진다.흙을 덮는 보료, 도심의 아스팔트 위로바람은 패잔병 되어 후퇴한다.진군나팔인 양 요란한 차량들시커멓게 탄 차도는불의 꽃으로 뜨겁게 피어난다.밀려난 갓길 귀퉁이플라타너스 길게 두 팔 내리고더 이상 버팀목도그늘도

미디어하남   2015-04-14

먹이사슬미사리 한강변에한쪽 날개를 잃은 오리가뒤뚱뒤뚱 허우적거리고점박이 들개는굶주린 눈으로 돌진하지만코앞의 오리는 도망가고놓친 들개의 추격전이다시 시작된다.끝나지 않을 혈전은다치고 힘없으니 나를 범하라는오리의 새끼사랑으로 끝났다.네가 범접할 상대가 아

미디어하남   2015-04-07

구두그놈을 처음만난 건 십년도 넘었지만아직도 정장차림으로만 만난다.그놈과 동행하면 오랫동안 뵙지 못한 반가운 얼굴이 찾아온다.뒤축이 닳아진 그놈과똑바로 걸으려 애쓰지만 자꾸 뒤로만 쏠리는 발걸음이 시큰하다.제 몸에 거미줄 그어대는 그놈이이젠 아버지의

미디어하남   2015-04-02

버들피리토방 위 고양이가어느새 봄을 물고있다.뜨락의 백목련 영혼을 한껏 태워새벽을 맞는 긴 침묵의 시원마른 햇빛이 이슬을 삼키고푸른 생기가 도랑에 드러눕는다.수액이 넘치는 버들개지는 껍질을 벗고제 목소리를 내기 위한 흥분의 흐느적거림버들개지 솜털이 물

미디어하남   2015-03-24

겨울나무벌거벗은 그는 이름표를 달지 않는다.헤진 푸른 옷 모두 벗은 그는 말이 없다.짐승의 그림자조차 찾지 않는 그는앙상하게 모든 것 버린 빈 몸시원한 그늘로 불타는 대지를 식히고바람의 리듬에 맞춰 노래하던 때도샛노란 추억을 밟으며 그의 곁을 지키던

미디어하남   2015-03-16

사냥꾼구석에 처박힌 치열한 흔적이구겨진 오늘을 증명하는 와이셔츠굴곡을 바로잡고 옥시크린으로 빛을 낸다.주름지고 얼룩진 오늘을 다려서맞이한 내일이 땀을 파먹은 만큼다시 다리미판 위에 길게 누워버렸다.넥타이가 목을 조르는 무게만큼옷깃은 숨을 멎고 검게 죽

미디어하남   2015-03-09

가시고기수초에 은신한 힘없는 어린 고기를부정으로 지켜야할 힘은 유전되어큰 물고기도 기필코 물리치는 승자의 생자신의 몫도 후대를 위하여먹지 못하고 쉬지 않으며 지켜낸 영역물려주고 물려받으며 종족을 보존한 헌신이 강산 방방곡곡 전설처럼 내려오는 흔적들세찬

미디어하남   2015-03-02

양수리 모텔한강 둘러메고꽉 찬 객실을 이고절벽 위에 해쓱하게 피어낮에도 해가 뜨지 않는이곳은야수들 수시로 출몰하는위험지역제 짝을 쫓아질주하던 검은 승용차먹이 따라중앙선 넘은 들고양이를한입에 삼키고그대로 달아난뺑소니 위험지역

미디어하남   2015-02-24

풍선을 불면서풍선을 계속 불다 보니 공기의 모양을닮아서 풍선도 둥근 모양으로만 커져간다.부풀어진 풍선은 모두 같은 모양과 비율로팽창하면서 개성을 잃었다.풍선불기가 싫증난 나는 풍선을 그린다.시작된 곳에서 다시 만나는 가는 선하나의 원을 그리면서 컴퍼스

미디어하남   2015-02-16

2004년 청계천청계천 古書店에 들어가한 권 한 권 캐내어 보니은사의 옛 서적이 누워있다.책장을 넘기니강의실을 뒤흔들던손때 묻은 목소리는먼지처럼 서점의 이곳저곳 쌓인다.오랜 세월 쌓인 진리의 탑이헐값으로 허물어지는 古書들한 귀퉁이 누군가 무심코 찢어

미디어하남   2015-02-09

이슬꽃숙명처럼 밤에 태어나피우지 못할 꽃망울풀잎 사이사이 맺혀어둠을 찾는 신기루햇살에 온몸 다 녹아나도꿈을 접지 못하고아침이 찾아오면하루살이 생을 접고풀잎에 고요히 앉아다시 찾는 생명의 꽃만개한 이슬꽃 찾아질문 보따리 들고어둠 속 헤매는 내 머리 위이

미디어하남   2015-02-03

쓰레기통 앞에서 거리는 오물(汚物)로 쌓여청소부의 손길이 분주하다.버림받고 상처 입은 덩어리는수명을 다하여 주검으로널브러져 외면 받고 버려져 있다.버려야 할 욕망의 덩어리는아직 사용처가 많아서버리기는 아까워두뇌를 지배하고 앉아 있다.그 덩어리를 버리면

미디어하남   2015-01-26

위험한 도시회색 빛에 갇힌 빌딩 속헤매는 거미는거미줄에 걸린 파리다.파리를 닮은 나는도시 속을 배회한다.저녁 무렵빛에 의해 도시는위태롭게 걷는다.

미디어하남   2015-01-19

동티 골목 어귀 돌무덤바이러스처럼 다래끼 옮아갈함정을 파고 누군가 숨겨놓은 눈썹발걸음을 마비시켜 비틀비틀 걷는다.시선을 구두코에 매달고습관처럼 쉽게 떨치지 못하며외길로 뻗은 그 골목에 갇혀 산다.낙엽같이 뒹구는 작은 돌 하나암초처럼 솟아 헛디딜 발목

미디어하남   2015-01-13

늙은 두뇌겨울을 지킨 늙은 집은춘곤증으로 축 늘어지고이빨 빠진 담장은세월의 훈장 달고퇴역 장성처럼꿈에서 멀어져 간다.설계도로 가득 찬 곳간은망치 소리톱질 소리로지난 영화와 영광의상처 쓰다듬고풍랑의 앨범 뒤적이며늙어간다.우리의 두뇌는세뇌되고 반복되어많은

미디어하남   2015-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