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소나무 기암괴석 틈 한 줌의 흙에서 세찬 바람을 이기는 법 깨닫고, 굵은 발톱 깊게 뻗지 않고 짧은 팔 힘껏 벌리지 않아도 산새들 모여드는 저 등마루 위에 仙人이 앉아있다. 일렬로 서서 하늘 향한 순위경쟁 하는 잣나무 가지는 미풍에도 옆가지와

미디어하남   2015-11-30

불꺼진 이라크스위치를 올린 난, 빛을 갈망한다.작은 전구 속 폭음과 불꽃이 일고 암흑의 전운이 감돈다. 필라멘트 끊어져 길을 찾지 못한 강력한 전류는 이라크 상공에 굶주린 매처럼 모여든다. 스위치의 본능도 파괴당한 전구를 깨우지 못하고 어둠 속에 묻혀

미디어하남   2015-11-13

안개에 묻힌 해젖은 가로등이발등도 투영하지 못하는 구부러진 골목소극장 비상구 같은 전조등도달팽이처럼 내 앞에서 멈칫하는 거리비릿한 안개에 묶인 도심의 불빛 사이로회색 낯선 건물들우후죽순 튀어나오는 오후걷히지 않은 장막 뒤에서열연중인 사람들이관중이 없다

미디어하남   2015-10-26

늙은 허수아비의 가을풍년을 잉태한 만삭의 벼살랑살랑 바람의 모습 닮아한 알 나락으로 흔들리우고작은 참새 안은 채한 쪽 다리 잃은허수아비 가을을 지키우고논바닥 어디에이삭 몇 개 떨어져 갈 때머얼리서 덜컥거리는 달구지의 이야기들햇살 타고 묻어 온다.논바닥

미디어하남   2015-10-02

촛불과 어머니사르르 어둠 헤치고온몸을 태우며눈물 흘리는 당신실타래 붙잡고바늘 귀 더듬거리며적삼 적시는 어머니희미한 심지 돋구고사랑을 밝히며운항하는 우리의 항해사

미디어하남   2015-09-14

파도- 태종대에서 -요동치는 휘오름은바위품으로 바위품으로지친 거품 내뱉고 달아난다.수 만년 아픔의 상처 보며오묘한 자연의 절경보다성난 대자연의 울음을 지그시 본다.울분을 토해내며산산이 부서지는 흰 포말은다시 밀려오는 분노에 휩쓸려미처 말하지 못한부서진

미디어하남   2015-09-10

험준한 산에는 강줄기가 수시로 변한다가파른 계곡에는 어둠의 칼이빛을 찌르고 쫓는 수선스런 와중에한 되의 낙엽이 바람의 방향으로무책임하게 흘러 다닌다.요란하게 떨어지다가 깊은 계곡으로흘러가는 낙엽이 비명을 지른다.타의에 의해 떠내려가면서빈 껍질은 無知의

미디어하남   2015-09-02

어 둠 은어둠은 스물 스물공해나는 공장을 덮고집과 나무를 덮는다.탐욕과 질시도 잠자는어둠은우리의 치부를 감싼다.출렁이는 검은 그림자온누리 가득하고어둠이 넘실거리는꿈꾸는 거리엔아무도아무것도 없다.어둠이 내리는모두가 숨어있는그 속에 들어가 앉는다.

미디어하남   2015-08-26

굼 벵 이당신은 초가지붕에서 생을 출발하여깊고깊은 흙에서 자라나고매미로 환생하여아름다운 선율로 삶의 의미를표현 하시나요.어두운 터널에서 고통을 삼키고수 년간 수련한깨닫음의 이정표는당신의 삶 이었나요.찬란한 나래와 며칠동안의노래를 위하여당신의 연습은무엇

미디어하남   2015-08-17

현대인의 질주버스를 타고 가다절벽에서 떨어져허공을 잡으려 허우적거리다급정거로 유년의 꿈이 깨어졌다.키가 커진 버스는불규칙하게 요동치더니핸들을 급히 꺾어 중년을 향해많은 정거장을 외줄로 추월했다.절벽에 막혀 回車하는 노선버스들 중정해진 노선 없이 앞만

미디어하남   2015-08-10

구름푸른 초원에 백목련 꽃잎 하나바람에 날려 천천히 낙화하는 고요한 삶이커다란 회색 구름 웅덩이에 묻혀 버리는엄숙한 절차가 끝나자한 줄기 햇빛 지상의 심장에 박혔다.낮고 빠르게 전진하는 꽃잎 하나수많은 백목련 제치며 앞으로 뛰어하나 둘 먹구름 되어가더

미디어하남   2015-08-03

아우토반을 달리는 나허기진 몸 경유로 채우고삶의 짐 가득 싣고험한 고갯길 앞만 보며 달린다.폭설로 기능 상실한 멈춘 길노면이 결빙되어 배수로에 빠졌었고홍수에 몸통 잘려나간 도로를곡예 하듯 달려왔던 길수많은 차들을 추월하며 과속하였던숨 쉴 틈 없는 길

미디어하남   2015-07-29

제비 부부처마 끝에 임대 전세방내 집은 아니지만제비 부부 걱정 하나 없네황소 끌고 쟁기 지고하루일과 끝날 즈음제비는 농부의 친구폐가는 거미가 살고인가는 제비가 살지만인가보다 폐가는 늘어가네거미 먹이는 늘어가고해충 잡는 농약은제비 먹이 잡아먹네농부는 서

미디어하남   2015-07-22

아프리카 아이하늘 향한앙상한 뼈는오아시스 그리는선인장으로 피어난다.만삭의횟배 움켜쥔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는야수처럼 포효(咆哮)한다.까아만 얼굴은생명이었기에누우런 이빨 내밀고먹어야 된다.살아야 된다.외쳐보지만 소리는육체 밖으로 나오질 못해목젖을 흔들 뿐소

미디어하남   2015-07-17

열 정의식의 창 닫으면천길 만길 떨어지는 비애고통의 문 열면내리쏘는 비바람끝없는 갈등과 번민을백지위에 쏟아낸 각혈모아당신의 우체함에 던져버린젊은날의 열정수 많은 상상의 날들을점령하는 슬프고 행복한 꿈이영원을 향한 시발점으로단지당신으로 가는 여행이 되어

미디어하남   2015-07-07

노송(老松) 고향 뒷동산여든을 넘긴 노송의신음소리 가냘프다.사철 푸르름어느새 황금색으로 채색되더니이파리 뚝뚝 떨어진 가지는앙상함으로땅을 응시하고 있다.솔잎혹파리 되어고사 시켰던 나는그대 채색만큼 푸릇하게 자랐다.지금도 버팀이 되는넉넉하게 팔 벌린 그늘

미디어하남   2015-06-30

감나무아카시아 향기 한 점 떨어진마을 어귀를 돌아서마른 장작 신음소리 듣고쇠여물 짓는 아낙네의치마 자락 훔쳐보며내 그림자를 찾아간다.무성한 잡초 파헤치며선사시대 유적을 발굴하듯지난 그림자 상기하여단절된 시간을 찾아간다.내 첫울음 소리는지금은 옥수수 밭

미디어하남   2015-06-24

고장난 시간 마른 바람이 쉬어가며졸고 있는 세 시바늘은 그 자리에 있는데황혼이 진다.어눌한 긴 그림자는괴물처럼 버티고 있는데시계 바늘은 움직이지 않고언제나 세 시를 알린다.고장난 시계는우리들의 시간같이멈춘 발걸음으로세 시에 서있다.깨어나지 않고시계가

미디어하남   2015-06-17

소년 소녀 가장울어 보아도목 터져라 불러 보아도애타게 찾던 당신이머물던 곳은빈 그림자하나 남지 않았습니다.당신은저 멀리 서 있기에다가선 만큼 멀어지고꿈속에서 나를 어루만지고눈물만 주고 달아납니다.비오는 날이면당신은신기루가 되기에한 푼의 동정심보다한 자

미디어하남   2015-06-09

나무 고아원이식(移植)된 원생들은입양될 날들을 기다리며그 옛날의 영화를 회상한다.버림받고 병든 원생은치료받고 수술 받아상처를 치유한다.힘겨운 나목은지팡이 세 개로 의지하며차디찬 한풍을 온몸으로 받으며봄날을 기다린다.천년을 흐르는어머니는 들어오지 못하고

미디어하남   201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