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소녀 가장


울어 보아도
목 터져라 불러 보아도
애타게 찾던 당신이
머물던 곳은
빈 그림자
하나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저 멀리 서 있기에
다가선 만큼 멀어지고
꿈속에서 나를 어루만지고
눈물만 주고 달아납니다.

비오는 날이면
당신은
신기루가 되기에
한 푼의 동정심보다
한 자루 배급 쌀보다
저는 당신이 더 필요했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사랑도 눈물도 두렵습니다.
텅 빈 쌀독으로
당장 두 개의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하남- 장 기 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