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산에는 강줄기가 수시로 변한다

가파른 계곡에는 어둠의 칼이
빛을 찌르고 쫓는 수선스런 와중에
한 되의 낙엽이 바람의 방향으로
무책임하게 흘러 다닌다.

요란하게 떨어지다가 깊은 계곡으로
흘러가는 낙엽이 비명을 지른다.
타의에 의해 떠내려가면서
빈 껍질은 無知의 함성으로
커다랗게 표시하는 나무의 잔해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몸이 가벼운 만큼 가볍게 날아가며
바람의 세기만큼 빠르게 휘돌아
목적지 없이 구석진 곳에 처박혀 쌓인
저 흔한 흔적들

바람이 흐르는 방향을 모르고
낙엽이 떨어지는 이유도 모르고
강물처럼 왜 서글프게 흐르는지
모르는 것이 기쁘다.
무지함이 기쁘다.
내가 날지 못함이 기쁘다.
모르는 만큼 고통이 적어 기쁘다.
저 낙엽처럼

<하남 장 기 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