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빅포럼(B.I.G Forum) 2017’ 현장.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 비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기술발전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간의 행복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남 지사는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약이지만 악용하면 독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류가 파괴되는 영화도 나왔다”며 “기술의 발전에 대비해 이를 통제할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다. 기술발전이 인간의 행복으로 이어지기 위해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사회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혁신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빅포럼 2017’이 20일 오전 10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경기도와 서울대학교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미래학회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20~21일 양일간 ‘4차 산업혁명과 글로컬의 진화’란 주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인 ‘일자리, 공유경제, 제조혁신’을 3대 어젠다로 선정해 섹션을 진행한다.

본격적인 포럼에 앞서 남경필 지사는 “빅포럼 2017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인간의 행복을 위한 기술발전, 기술을 넘어 인간의 지속적인 삶에 대한 논의가 이곳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도 “서울대는 기술개발의 심장인 융합과학 연구를 경기도와 10년 넘게 함께 해오고 있다. 특히 남경필 지사가 시작한 빅포럼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토론의 장”이라며 “지방과 수도를 함께 아우르는 경기도가 판교테크노밸리를 통해 ‘글로컬’이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진화하는 일자리에 대비해야

첫날 기조강연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칼 베네딕트 프레이(Carl Benedikt Frey) 옥스퍼드대 교수,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이 맡았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남경필 지사는 “4차 산업혁명의 목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남 지사는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행복이다. 경기도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한다”며 “오는 11월 문을 여는 판교제로시티는 인간의 행복 추구를 목표로 한다. 자율주행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차로 인한 사고는 물론 탄소와 매연 배출도 없다. IoT(사물인터넷) 기반 인프라로 인해 미아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는 판교제로시티뿐 아니라 안산 스마트팩토리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다양한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를 사회가 책임지기 위해선 일자리와 기본근로권 보장과 함께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사회공동체가 고용주가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용의 미래 보고서에서 미국 직업 중 47%가 자동화로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던 칼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가 ‘일의 미래: 이 시대는 다르다’란 주제로, 과거 산업혁명의 일자리 변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의 미래를 전망했다.

프레이 교수는 “과거 컴퓨터는 단순 산술계산의 역할만 수행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을 통해 기계가 스스로 배우는 시대가 열렸다”며 “기계가 사람을 앞지르면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게 됐다”고 전했다.

단속 반복 노동은 물론이고 조만간 의료 진단, 문서 검토, 통‧번역 등 고급 일자리에서도 기계가 이미 인간의 능력을 앞질렀거나 곧 앞지를 것이라는 게 프레이 교수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론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의 일자리 중 47%가 자동화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자리가 한꺼번에 자동화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러한 우려는 과장됐다”고 일축했다.

이어 “다양한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한 곳 등 여전히 기계가 대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일자리 발굴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프레이 교수는 “1차 산업혁명 후 자동화된 공장에 의해 개인공방이 타격을 받는 등 일부 계층의 경우 기술 발전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IT기술의 발전에 따라 제조업 도시인 미국 디트로이트의 일자리는 사라진 대신에 실리콘밸리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것처럼 줄어드는 일자리 수요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절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헬스케어 벤처기업 메디슨의 창업자인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과 경기도의 글로컬 진화’란 주제로 미래에 글로벌과 지역이 어떻게 연결될지 그 모델을 제시했다.

이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는 성장과 분배 그리고 이 두 분야의 순환”이라며 “이는 올해 빅포럼에서 제조혁신과 공유경제, 일자리를 어젠다로 선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에서 일자리는 진화할 뿐, 사라지지 않는다”며 “문제는 일자리가 소멸되고 생성되는 사이의 간극을 메꾸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선 평생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스탠더드로 선점

기조강연 후에는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의 사회로, 남경필 지사와 프레이 교수, 이민화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의 미래와 3대 어젠다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안현실 논설위원은 남경필 지사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은 어떤 전략으로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남 지사는 “판교제로시티를 만든 이유는 사람들이 직접 사는 곳에 자율주행자동차가 다니면서 이와 관련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원천적인 기술은 선진국이 앞서더라도 대한민국이 룰셋팅 부분에서 선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일자리 감소와 관련해서는 “기술혁명은 일자리 감소 측면도 있지만 새롭게 창출되는 부분도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한 규제와 제도의 변화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데 있다”며 “이 변화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패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패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정치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레이 교수도 “새로운 기술이 사회를 진일보하기 위해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인력이 필수”라며 “국가가 평생교육과 함께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객석에선 “경기도의 인더스트리 4.0은 무엇인지”, “한국 청년들이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떤 분야와 리더십이 각광받을 것인지”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리프킨 이사장은 ‘3차 산업혁명과 한계비용제로사회(The 3rd Industrial Revolutiona Zero Marginal Cost Society)’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공유경제의 도래와 영향을 소개했다.

그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경제 비전”이라며 “이를 실현할 3개의 기술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원, 이동의 기술이고, 이를 통해 경제 개념은 물론 시장 환경, 거버넌스 등에도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최근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한계비용은 갈수록 낮아지고 마진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공유경제가 등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지오바니 쉬우마(Giovanni Schiuma) 런던예술대 교수, 이형우 마아다스아이티 대표, 박신환 경기도 일자리노동정책관이 나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의 진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쉬우마 교수는 새로운 비즈니스시대 성공요인을, 이형우 대표는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온 기업가로서 일자리 문제를, 박신환 일자리노동정책관은 일자리와 관련해 경기도의 정책을 짚었다.

빅데이터부터 VR‧AR까지…체험행사 ‘풍성’

이날 빅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기조연설과 토크콘서트, 라이브 세션 외에도 일반인들이 4차 산업혁명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 1층에서는 초·중·고등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 SW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VR·AR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이동형 체험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주 부스’ 등이 마련됐다.

또 체성분검사 및 기초체력 테스트 후 빅데이터를 활용해 참가자에게 운동 및 건강관리 처방을 해주는 ‘빅데이터 체력테스트’, 참가자의 직무 적성도를 평가하는 ‘직무적성검사’ 등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판교 소재 IT기업에 근무하는 김병찬(34) 씨는 “IT기업에 다니다 보니 평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시장의 변화가 궁금했었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 석학들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