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한 도시

통영의 첫 느낌은 담백했다. 두드러지게 화려하지도 않고 큼지막한 발전상을 엿볼 수 있는 도시는 아니었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평화로운 도시였다. 마치 어디가나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푸근한 이웃집 아주머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통영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로워 진다.

특별히 높은 빌딩이나 건물이 없는 도심가와 낮은 산세의 자연이 어우러져 자연 친화적 도시를 형성해서 담백한 느낌이 난다, 그래서 내가 어디 멀리 여행 온 사람이 아니라 조금만 더 가면 내 집이 나올 듯이 익숙한 도시로 느껴져 마음도 자유롭다. 어쩌면 하남시가 신장동 덕풍동 등이 주변 산세와 잘 어우러져 도시를 형성한 것처럼 아주 유사하다.

그런데 우리는 뭔가 불안하고 바쁜 일상에 쫒기고 있는데 반해 이곳에서는 유유자적이다. 슬로시티(slow city)가 바로 이런 곳이다. 우리가 이곳에 왔을 때 바닷물마저 잔잔해서 우리가 바라봐야할 또 새겨야 할 담백한 통영의 모습 가운데 하나였다.

자연과 문명의 소박한 조화

통영시는 인구 약 14만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면적은 하남시보다 2.5배나 큰 도시이다. 하남시는 기존의 도시에 미사강변도시가 들어서서 도시 외관이 급격하게 변모되어 가고 있는 변화의 기로에 선 도시이다. 게다가 미사강변도시의 입주민들은 기존의 시민들과 성향이나 연령 등이 차이가 있어 새로운 정신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하남시의 입장에서는 통영시의 정체성과 그 내부로 흐르는 정신적 기류를 배울 필요가 있다. 도시의 팽창과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발전이 최대의 화두이고 거대 자본 유입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하남시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통영시에서 배워야 한다. 무모한 개발과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 골몰해서 전체를 망가트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영시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유지한 채 문명을 그 위에 덧붙였다. 가능하면 현재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도시 곳곳에서 보였다. 옛날 건물이나 구조물들이 방치가 아닌 보존되고 있고, 거기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을 작업들을 많이 해서 전통을 지켜가고 있었다. 바로 통영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도시 곳곳에서 보였다.

통영시를 다니다 보면 자연과 문명이 참으로 조화롭게 이루어진 도시임을 자주 느끼게 된다. 자연을 버리지 않고, 그렇다고 문명이 자연에 상처를 입히지도 않게 하려는 애쓴 흔적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반면 우리는 우리를 지우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를 버리려고 발버둥치지 않았는가? 통영이 그랬듯이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그것이 하남시를 하남시답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감이 있어 또 가고 싶은 도시

무엇보다 통영시가 좋았던 것은 사람이 사는 도시라는 점이다. 그래서 떠나면서 또 오고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만들어 주었다. 남해 수십 개의 섬과 이순신 장군만으로도 가고 싶지만 통영시를 관통하는 정감이야말로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다시 찾게 해준다.

난개발과 개발제한구역,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휴일마다 찾아오는 교통체증, 지하철공사, 부모들의 걱정거리인 교육문제, 점점 잦아지는 범죄와 사건 등 우리 하남시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로 인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정감이 있고 다시 찾고 싶은 하남이 아니라 떠나고 싶은 하남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도시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통영에서 하남을 바라보면서 많은 것들이 가슴에 남아 있다. 겉으로의 발전이 속으로의 파괴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통영시가 지금까지 걸어왔고 또 가려고 하는 방향을 우리는 자세히 보아야 한다. 우리는 자신을 제대로 보고 사람이 사는 도시를 만들려면 통영시를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가 제대로 된 하남시를 만들려면 말이다.
                                                                     

구경서<정치학박사 / 전 강남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