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더워도 마음은 시원합니다”

무더위가 일찍도 찾아 왔다. 하도 더워 조금만 걸어도 헉헉댈 정도로 날씨가 무덥다. 비장애인에게도 더운 이런 여름날에 장애인들은 더 힘들다. 홀로 보행이 어려워 휠체어(전동보장구) 등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은 휠체어가 고장 나는 순간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불편함이 있을 때 수퍼맨 처럼 순식간에 나타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하남지체장애인협회(회장 정규인)에서 일하는 박양운(55) 팀장이다.

박양운 팀장은 보장구 수리전문가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장애인단체에서 봉사와 헌신을 해온 이력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장애인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보장구는 신체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전동 휠체어나 스쿠터를 말하는데,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발처럼 이용하다보니 자주 고장이 나고, 수리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곳이 없어 많은 불편을 겪었다. 이 분들은 대체로 연령이 높은 어르신이거나 여성들이 많아 더욱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문을 연 곳이 바로 신장1동 바로 옆에 위치한 ‘보장구수리센터’이다.

“처음에 문을 열 때는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이젠 몸에 익숙해져서 평화로운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벌써 2년째 일을 하고 있는데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합니다. 더욱이 같은 아픔을 가진 장애인 분들이 함께 도와주고 마음을 써주니 더위도 잊고 일합니다. 날씨가 무덥고 습도까지 높아 비장애인들도 불쾌지수가 높아지는데, 불편한 신체를 가진 장애인 분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이런 분들의 휠체어를 고쳐 드리지만 저는 그 분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힐링 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권력 있고, 돈 있고, 명망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지만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게 해 주는 사람들은 바로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박팀장 같은 숨은 일꾼들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도움을 주십니다. 이름을 드러내고 도움을 주시기도 하지만 오히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도와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떻든 도와주시는 분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을 뵈면 참으로 존경 스럽습니다. 본인도 힘든 가운데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봉사와 헌신이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박 팀장이 이일에 매진하게 된 것은 본인 스스로 장애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단체에서 조력자이면서 활동가로 도움을 주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평생을 장애인을 위해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누구보다도 먼저 사무실에 일찍 출근합니다. 작업장 이곳저곳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마음을 가다듬고 성심성의껏 장애인 분들의 보장구를 수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어수선 하면 일도 잘 안 풀립니다. 그래서 작업을 시작 하기전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리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특히 요즘은 수리 건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날씨 탓도 있고 휠체어나 스쿠터를 이용하는 분들이 증가하면서 일거리가 많아졌습니다. 하루 4-50 건을 수리하다 보면 땀은 흐르고 몸은 힘듭니다. 더구나 에어컨도 없어 작업 환경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일을 해서 장애인분들이 비장애인들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박 팀장은 ‘우리’와 ‘함께’라는 말을 좋아 한다고 한다. 그것은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남의 일도 내일처럼 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장애인 분들에게 휠체어는 그 분들의 발이고 손이기 때문에 늘 함께 한다는 마음을 가슴에 심어두고 있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 움직이기 힘든 분들을 위해 내 손이 그들의 발이 되어 된다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발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분들에게 휠체어나 스쿠터가 바로 손이고 발인 것입니다. 그래서 내손이 그들의 손이고, 내 발이 그들의 발입니다. 그래서 ‘우리’ 또는 ‘함께’라는 말을 가슴에 담고 늘 최선을 다 하자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제가 힘들면 어르신들이나 장애인 분들이 힘들어 지기 때문에 내가 더 힘들게 일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즉 내가 힘든 만큼 다른 분들이 편안해집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약 1,000건 이상의 수리를 해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어 마음은 행복합니다. 힘든 때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편안함을 만들어 드렸다는 것 자체로 저는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 보면 굴곡도 많은 인생이었다. 지체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 이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장애인 단체와 인연을 맺어온 사람, 특히 야채 장사를 해서 돈을 벌면 장애인단체를 위해 쓰기도 해온 사람, 늘 온유한 마음으로 희망의 세계를 바라보며 살아온 박양운 팀장!

“지금 저희들이 일하는 곳은 여러가지로 불편합니다. 외진 골목에 있어서 장애인들이나 어르신들이 찾아오기에 힘들고 접근성에서 매우 떨어집니다. 또 장소도 좁아 작업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전동차가 수리센터로 들어오는 것조차 까다롭습니다. 이것저것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여름엔 에어컨도 없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고, 이제 겨울이 오면 난방이 또 문제입니다. 추운 겨울에 일하는 자신도 문제지만 찾아오시는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의 추위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는 자나깨나 장애인 분들 걱정이다.

“골목길을 돌고돌아 수리센터로 찾아오시는 어르신들과 장애인 분들에게 시원한 사무실을 제공해 드렸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뜻있는 분들이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 드립니다”

얼굴에 땀발울이 송글송글 맺힌 박 양운 팀장의 마지막 말이다.

* 박양운 팀장이 일하는 보장구수리센터는 신장1동 446-18에 위치해 있고 연락처는 031-794-1348, 010-6233-5747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