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경 서   박 사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사실 희망은 긍정의 단어이고 우리에게 살아갈 마음의 여유를 주는 포용적 언어이다. 누구에게나 삶의 근거를 마련해주고 힘을 주는 에너자이저라고 할 수 있다. 삶의 동력이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추진체인 셈이다.

희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망은 역설적으로 절망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든 고통의 순간을 맞이한다. 어떤 사람도 일평생을 평화롭고 자유롭게 편안한 삶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상살이 하면서 자기 뜻대로 마음대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혹자는 ‘인생은 3고(苦), 즉 고뇌 고독 고통의 연속이다’라는 말을 했을까. 그렇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 사람은 누구나 고뇌에 빠져 걱정 근심 불안을 어깨에 짊어지고 산다. 게다가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충족시킬 수 없는 고독이 불현 듯 엄습하기도 한다. 이러한 삶의 모든 과정이 고통 그 자체가 아닐까.

인간이 이런 고뇌와 고독과 고통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은 바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망은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절망에 빠졌을 때 비로소 등장하는 구원의 치유제인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희망만 있다면 또 하루를 살아가가 마련이다.

요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절망적이다. 정치는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있고, 경제지표는 서민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빠져 있고, 사회는 불안과 혼란 속에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살기에는 너무 삭막한 세상이다. 서민들이 돈 걱정하지 않고 살기에도 너무나 힘들다,

이런 절망의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부서질 수는 있어도 쓰러질 수는 없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가 최근 경험한 희망, 즉 작은 촛불이 모여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희망의 길을 우리 스스로가 발견 했듯이 희망은 오히려 이런 절망 속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말이다. 중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로 유명한 루신(魯迅, 1881-1936)은 희망을 이렇게 말했다.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희망은 본질적으로 절망의 상황 속에서 숨어 있다. 희망은 늘 절망 속에 은밀하게 감춰져 있다. 우리가 지금 희망을 찾아야 할 절체절명의 그 순간에 있다.
                                                                                        
                                                                      구경서<정치학박사 · 전 강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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