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남시에 전설처럼 남아 있는 이 이야기를 당대 최고의 작가 최인호가 소설로 다시 그려낸 것이다. 제목이 ‘몽유도원도’인 것은 조선 세종 때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노닐던 복사꽃이 화려하게 만발한 풍경인 도원경을 당대의 화가 안견에게 이야기해주자, 안견이 그 꿈속의 아름답고 하늘에서나 볼 수 있는 꿈속의 도원경을 그린 그림의 주제에서 따왔다.

도미와 아랑의 사랑이야기는 삼국사기에 <도미전>편에 기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백제 개로왕 때 도미의 부인 아랑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경국지색 아랑 이야기를 전해 들은 개로왕은 강제로 아랑을 취하려고 각종 술책과 계략을 이용했지만 그때마다 아랑의 지혜로운 대처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자 화가난 개로왕은 도미를 불러 아랑을 걸고 내기를 건다. 어쩔 수 없이 내기에 진 도미는 두 눈이 파이는 형벌을 받고, 강가에서 나룻배에 태워져 멀리 보내졌다. 아랑은 개로왕 몰래 도망을 쳐 도미가 떠난 곳으로 향해간다. 도중에 갖은 고생을 하지만 마침내 도미를 찾아 부부가 함께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최인호는 도미 부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몽유도원도」를 자신이 꼭 써보고 싶었던 소설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설화 속에서 이와 같이 피처럼 절절하고, 죽음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일찍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이 소설이 모태신앙이 되어서 한 사람을 완전히 사랑하기에도 짧은 우리들의 인생에서 사랑의 위대함을 확산 시키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나는 소망한다”고 고백한다.

지금 다시 「몽유도원도」를 다시 꺼내 읽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 때문이다. 과연 “우리 하남시는 무엇일까?” 그리고 “하남시는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하남시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하남지하철 시대의 개막, 미사강변도시 건설로 인한 급격한 인구 증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이분법적 분화 등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되돌아 보는데 도미와 아랑 부부의 사랑 이야기가 떠 올랐다. 우리에게 숨결처럼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가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망각하고 살고 있다. 아니 버리고 있다. 온조가 건국한 초기 백제의 첫 도읍지는 하남이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우리는 관심도 없는 것처럼, 도미 부부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충남 보령시에는 도미부인을 모신 사당이 있다. 게다가 도미부인의 묘를 만들고 그녀의 정절을 기리는 제향도 올린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