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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만난 ‘결초보은[結草報恩]’<장지헌 칼럼> 그 세번째 이야기#
김희중 기자  |  achi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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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3  13: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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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열대야에 시달렸던 여름도 고개를 숙였다. 저녁 잠자리에 들면 쓸쓸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처량하게 들린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고 하지만 마음은 저만치 가을의 문턱에 걸터앉았다. 
 

   
미디어하남 장 지 헌 논설


선선해진 바람은 에어컨만 찾던 우리를 밖으로 불러낸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덥다고 게을리 했던 걷기 운동이라도 해볼까 싶어 미사 강변 산책길에 나섰다. 평소 즐겨 걸었던 길은 조정 경기장 쪽 뚝방 길이었지만 오늘은 언젠가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스타필드 뒤쪽 강변길을 걷기로 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쪽 강변길에 무수히 자라고 있는 ‘수크렁’이라는 풀 때문이다. 하남시에서 고맙게도 가을이면 사람 허리까지 차오르게 자라는 이 풀에 대한 이름과 그 내력을 간단하게 적어 놓은 팻말을 세워 놓았다. 풀 이름은 수크렁인데, 결초보은이라는 고사와 연관된 풀이라는 설명이 그것이다.

필자가 처음 그 팻말을 보았을 때 “아, 결초보은의 풀이 바로 이 풀이란 말인가”하는 놀라움과 함께 ‘동주 열국지(민음사)’를 읽으면서 감동적인 장면으로 기억됐던 그 장면이 생생하게 다시 상기됐다.

여기서 그 장면을 잠시 옮기면 이렇다.


이야기는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에 위과라는 장수가 진(秦)나라 장수 두회라는 장수를 만나 싸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두회는 ‘태어나면서부터 이가 강철 같았고 튀어나온 눈동자는 이상스레 빛이 났다, 그의 주먹은 구리쇠로 만든 망치 같고, 빰은 쇠로 만든 바리떼 같았다. 평소 한 자루 개산대부를 쓰는데 그 무게가 120근이나 된다’고 할 정도로 그야말로 괴력의 장수였다. 두회는 그런 괴력으로 300여명의 도부수들과 함께 위과의 진채를 마구 짓밟아도 속수무책 위과는 어쩔수 없이 패하여 진을 치고 영내에만 들어 박혀있었다. 이를 걱정한 나머지 위과의 아우 위기까지 지원군을 몰고 와 합세했으나 두회를 당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위과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뒤회를 물리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삼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는데 누가 귓전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청초파(靑草破)! 청초파! 청초파!”

깨어보니 꿈이었다. 위과는 이를 아우 위기에게 말했다. 위기는 진지에서 십리길이나 되는 곳에 청초파라는 둑이 있다고 말하고, 꿈에 진인이 나타나서 이를 알려준 것이라며 두회를 청초파로 유인해서 물리치기로 했다.

이를 알 턱이 없는 두회는 자신의 용맹만 믿고 위과 형제의 계책대로 청초파로 달려들었다. 이에 위과 위기 형제는 두회를 겹겹이 에워싸고 협공했다. 그렇게 싸움은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청초파 중간에 이르렀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두회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비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때 위과의 시야에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삼베 도포를 입고 짚신을 신은 한 노인이 풀을 한 묶음씩 잡고 두회가 움직일때마다 두회의 발을 묶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위과 위기 형제는 두회를 물리칠수 있었다.

그날 밤 위과는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자는데, 낮에 보았던 그 노인이 꿈속에 나타났다. 그 노인은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조희의 아비되는 사람이오. 장군은 생전에 부친께서 말씀하신 것을 잘 지켜서 내 딸을 다시 좋은 곳으로 개가시켜줬으므로, 이 늙은이는 구천에서도 여간 감격하지 않았습니다”며 딸의 은혜를 갚기 위해 그러하였노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조희는 또 누구인가. 조희는 위과 형제의 부친인 위주(춘추오패의 한 사람인 진문공을 도운 장수)가 사랑하던 첩이었다. 위주는 평소 조희를 사랑하여 자신이 죽거든 조희를 개가시켜 줄 것을 유언했다. 그런데 위주는 위독하여 마지막 임종에 직면하자 조희를 자신과 함께 순장시켜 줄 것을 유언했다. 위과는 고민 끝에 살아서 정신이 맑을 때 한 유언이 진짜라고 생각하고 조희를 개가시켜 주었다. 조희의 부친이 청초파에서 은혜를 갚았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때 두회의 발을 묶었던 풀이 바로 이 수크렁이라니!”

“우리 하남시 위례강변길에서 이런 고사를 만나다니”

마치 근 이천년 전의 이야기를 오늘 직접 본 듯하여 묘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아울러 살면서 은혜를 알고 또 그것을 갚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가슴에 새긴 산책길이었다.

   
-하남시 3대 명소로 손꼽히는 '미사강변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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